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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술] 토지공개념, 명문화해야 할까

2020-06-29 00:00 1,948

 

이슈의 배경

우리나라는 ‘지주의 나라’다. 우리나라 상위 1%의 지주가 사유지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집 없는 가구’가 전체의 44%인데, 집 부자 상위 1%는 평균 6.7채를 갖고 있다. 시장에 주택 공급은 계속하고 있는데, 전·월세 난민은 계속 생기고, 집값은 이를 비웃듯 천정부지로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지금까지 18번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 4.15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한 여당 180석에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의석을 포함해 이른바 ‘범진보’ 190석을 확보하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추진했던 ‘토지공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문제는 집권 민주당이 이미 총선 전부터 도입 논의에 불을 지펴놓은 상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토지공개념, 경자유전 원칙(농지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하여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여야 한다는 원칙) 등을 개헌 주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원내대표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주거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대증적 해법이 아닌 구조적인 대책으로 가야 한다. 공급과 세금, 규제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토지공개념 도입 주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9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과 관련해 “토지 공급이 안돼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이라며 “토지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 공급이 제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총선 후 이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여당이 토지공개념 도입을 개헌 논의로 추진할 경우 야권의 반발을 포함해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상 토지공개념 조항

제23조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이슈의 논점

 

토지공개념 사상

토지공개념은 토지는 사람이 생산하지 않은 천부적인 자원이자 모든 사람의 삶의 터전이므로 일반물자보다 공공성이 높다고 보는 토지 철학이다. 토지는 가격이 매겨져 있고 거래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화의 일종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재화들과는 달리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토지가 불평등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토지공개념 논의는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헨리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1879년 발간한 <진보와 빈곤>에서 시작된다. 헨리 조지는 이 책에서 “토지를 몰수할 필요는 없지만, 이윤은 몰수할 필요가 있다”는 구절로 토지공개념을 정의했다. 토지를 국가가 몰수해 소유하는 ‘토지국유화’와 구별해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도록 하면서, 토지의 사용과 처분에 따른 이익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헨리 조지의 이 같은 사상은 1976년 캐다다에서 열린 국제연합인간거주회의(HABITAT)에서 구체화했다. 134개 회원국 대표는 이 회의에서 “토지는 인간거주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장에 방치되는 보통의 자산으로 취급할 수 없으므로 국가 전체이익을 위한 규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토지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이익을 위해선 규제가 가능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의 토지공개념 역사

1970년대부터 개발 붐이 일면서 한국 사회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 문제가 심각해졌다. 박정희 정부 당시인 1977년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가 좁은 나 라에서는 토지의 절대적 사유화란 존재하기 어렵다”며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토지공개념을 적극 정책으로 실현한 건 과거 노태우 정부다. 1980년대 후반 올림픽과 3저(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호황으로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자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어 닥쳤다. 노태우 정부는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이른바 부동산 3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1999년 위헌 결정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으며 1998년 공식 폐지됐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외환위기 때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부동산 3법은 헌법불합치 혹은 위헌결정을 받기도 했지만, 공공 이익을 위해 토지소유를 제한하는 취지는 부정되지 않았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법 모두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했으나 법을 정밀하게 설계하지 못해 헌법불합치 혹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결국 ‘토지공개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역대 정부가 이를 실현할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토지공개념 강화 목소리가 이어졌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2017년 9월 국회대표연설에서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모든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인 ‘고삐 풀린 지대’를 그대로 두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명문화 찬성

토지공개념 논쟁의 쟁점은 현행 헌법에 토지재산권에 대한 특별한 제한과 부담 부과에 관한 토지공개념 규정을 별도로 신설할지 여부다. 토지공개념 명문화를 찬성하는 측은 토지가 특별하고 공급이 제한된 공공성을 지녔다고 본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한 개인의 정당한 노동을 통한 대가가 아니라 국가의 개발 정책에 의해 얻어진 측면이 큰 만큼,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


모든 인간 활동과 주거생활의 기반이 되는 토지 이용을 개인 소유에만 맡길 수 없다. 무분멸한 부동산 투기와 지대 추구 행위는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극소수가 토지를 독점하면 국가가 몰락하고 평화가 깨진다. 서로마 제국에서 대토지 소유제도인 라티푼디움(latifundium)으로 자영농이 몰락하면서 국력이 쇠퇴한 것이 예다.


오늘날 대부분 국가가 토지의 사회공공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오래전부터 개인 재산권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독일 헌법은 토지와 천연자원, 생산수단을 보상을 통해 공유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헌법도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과 공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에 법적인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반세기간 지대 추구와 시장실패로 점철된 주택, 부동산 시장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돈이 돈을 쉽게 버는 현실은 사회 갈등을 심화하고 개인이 일하고 혁신할 의욕을 꺾는 만큼, 공정한 시장 경제의 발전을 위해 토지 재산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토지공개념 명문화 반대

토지는 인간이 만든 재화와 달리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부존량이 유한하다. 제련하지 않은 금광석이나 정제되지 않은 원유 역시 유한한 공공재이지만 그 자체로는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인간이 쓸 수 있는 형태로 가공돼야만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


토지도 마찬가지다. 황부지도 도로가 개설되거나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고 싶은 토지로 바뀐다. 토지의 부존량은 늘거나 줄지 않지만 인간의 노력과 투자가 가해질 때 그 가치가 증대된다. 토지라는 재화가 머금은 부가가치에 대해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면 사실상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토지공개념은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국가 개입 강화에 따라 개인 재산권이 침해되고 행사에 제약을 받을 경우, 재화와 자원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결정되지 않을뿐더러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잘못된 입법과 정책이 성행하면 결국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쇠퇴하고 국민생활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국각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번영에 걸림돌이 되는 폐해를 자초하면서 구태여 이를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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